ETF 투자, 처음엔 ‘편하다’는 말에 혹했어요
제가 ETF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주식 투자에 지쳐갈 무렵이었어요. 개별 종목 고르는 것도 어렵고, 장마다 등락이 심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휘청거리더라고요. 특히 작년 하반기, 시장 전체가 빠질 때는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자책도 많이 했죠. 그러던 중 지인이 “ETF 한 번 해봐, 이게 훨씬 편해”라는 말 한마디에 ETF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그 말 듣고 처음엔 진짜 기대 많이 했어요.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 되어 있고, 따로 종목 분석 안 해도 된다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ETF도 만만한 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수수료 구조도 복잡했고, ETF끼리도 수익률 차이가 꽤 크더라고요. 직접 돈을 넣고 비교해보니 차이가 눈에 보였어요.
지금은 ETF로 어느 정도 수익을 보고 있고, 투자 스타일도 많이 안정됐어요. 그 과정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해요.
ETF 수수료, 처음엔 “뭐 얼마나 되겠어?” 싶었죠
ETF 수수료는 처음엔 그렇게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운용보수 0.2%’ 이런 숫자 보면 그냥 넘기기 쉬워요. 그런데 이게 장기로 갈수록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실제로 경험하면서 알게 됐어요.
처음엔 대표적인 ETF 몇 개를 샀어요. KODEX 200, TIGER 미국나스닥100, ARIRANG 고배당주 같은 기본 종목들이요. 각각 수수료가 다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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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 200: 연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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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미국나스닥100: 연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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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RANG 고배당주: 연 0.25%
수치는 작아 보여도 1,000만 원 투자 기준으로 연간 수수료가 7천 원~2만 5천 원까지 차이가 나요. 거기다 수익이 안 날 땐 이 수수료가 꽤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TIGER ETF는 수수료는 낮지만 수익률 변동이 커서 멘탈 관리가 힘들었고, 반대로 ARIRANG은 수익률이 조금 약한 대신 배당금이 꾸준히 들어왔어요. 투자 성향에 따라 선택이 정말 달라질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종목별로 직접 투자하면서 느꼈던 차이점
제가 실제로 투자했던 ETF 몇 가지를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KODEX 200
국내 대표 ETF죠.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 안정적이긴 한데, 생각보다 수익률이 잘 안 나더라고요. 박스권에 갇힌 느낌이랄까. 오히려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그대로라서 당황한 적도 많았어요.
TIGER 미국나스닥100
처음엔 진짜 만족스러웠어요.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주 비중이 높다 보니 수익률도 괜찮고,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더라고요. 다만 단점은 변동성이 크다는 거예요. 미국 시장이 흔들리면 이 ETF도 같이 흔들리니까, 마냥 안심하고 들고 있기엔 조금 아찔한 느낌이 있었어요.
ARIRANG 고배당주
이건 수익보다는 배당을 노리고 샀던 종목이에요. 실제로 분기마다 배당이 꽤 안정적으로 들어왔고요. 연 수익률로 따지면 4~5% 수준인데, 그만큼 주가 상승은 크지 않았어요. 대신 마음은 정말 편했어요. ‘예금보다 낫다’는 느낌으로 꾸준히 들고 가는 용도로 좋더라고요.
이렇게 각각의 ETF는 수익률, 안정성, 배당금, 수수료까지 다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이 안 되더라고요. 책이나 유튜브로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결국 내 돈 넣고 확인해봐야 실감이 나요.
ETF도 투자 시점이 중요하더라고요
ETF는 ‘분산이 되니까 시점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믿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예를 들어 나스닥 ETF를 고점에 샀을 때랑, 조정 후에 샀을 때는 수익률 차이가 어마어마했어요.
저는 작년 여름, 나스닥이 꽤 오른 상태에서 TIGER 미국나스닥100에 들어갔다가 한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견뎌야 했어요. 반면 올해 초, 지수가 조정받고 나서 조금씩 추가매수했던 물량은 빠르게 수익이 났어요. 그래서 느낀 게, ETF라고 아무 때나 사는 건 아니라는 거였어요.
ETF는 분산투자지만 결국 주식의 한 형태라서, 시장 흐름을 무시하면 안 되더라고요. 뉴스, 미국 FOMC 일정, 금리 인상 같은 요소도 꼭 체크해야 했어요.
자동 투자, 정기 매수도 해봤어요
ETF는 매수 타이밍이 어려워서 정기 매수를 해보기도 했어요. 한 달에 30만 원씩 정해진 ETF를 자동으로 사게 설정해 놓고 6개월 정도 운용해봤는데, 의외로 스트레스가 적더라고요.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고요. 한꺼번에 몰빵하지 않으니까 평단도 괜찮게 맞춰졌고, 시장이 오를 땐 수익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였어요.
물론 단점도 있었어요. 자동 매수만 하다 보니까 ETF 자체에 대한 고민을 덜 하게 되고,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정기 매수 70%, 수동 판단 30% 정도로 조절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ETF 투자에서 내가 정한 기준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 제가 나름대로 세운 ETF 투자 기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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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보수 0.2% 이하인 ETF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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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목적이라면 연 4% 이상 수익률이 예상되는 ETF 위주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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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큰 ETF는 비중을 낮게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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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별 실제 수익률을 매달 기록해보고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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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TF는 환율도 고려해 매수 시점 조절한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나니 선택이 한결 쉬워졌어요. 처음엔 ETF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사야 할지 감도 안 잡혔는데, 이 기준만으로도 방향이 명확해지더라고요.
지금 수익률은 어느 정도냐면요
제 ETF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공개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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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미국나스닥100: 수익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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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 200: 수익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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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RANG 고배당: 수익률 +2%, 배당 포함 총 +5%
이렇게 나오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수익이고, 개별 종목 투자에 비해 멘탈이 훨씬 편했어요. 특히 ETF는 반등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너무 큰 하락이 없어서 포기하지 않고 들고 가는 데 유리했어요.
마무리하며 느낀 점
ETF는 분산투자와 안정성이라는 장점이 있는 만큼, ‘쉽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상은 꽤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해요. 수수료, 종목 구조, 시세 흐름, 환율, 배당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요. 막연히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가기보다는, 본인의 투자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움직여야 후회가 없어요.
그리고 꼭 잊지 말아야 할 건, ETF도 결국 주식이라는 점이에요. 감정적으로 사고팔면 수익을 내기 어렵고, 꾸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한 줄 정리
ETF는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수수료부터 종목까지 제대로 비교하고 들어가야 진짜 수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