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 성공사례 제 인생 2막이 시작됐어요

내 이야기를 꺼내 보자면

퇴직하고 나면 뭐가 제일 먼저 찾아올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허무함’이 먼저 왔어요. 처음엔 그동안 고생했으니 좀 쉬자 싶었죠. 매일 늦잠 자고, 늦은 아침 먹고, TV 보다가 졸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마음속이 꽤 허해지더라고요.

일을 안 한다는 게 이렇게 심심하고 이렇게 공허한 건지 몰랐어요. ‘그래도 나는 경력도 있고, 나중엔 뭐라도 하겠지’라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더라고요. 어디 채용 공고를 봐도 나이에서 탈락이고, 이력서 쓰려고 앉으면 손이 덜덜 떨리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고요.

그런데 어느 날 동네 마트에서 예전 회사 선배를 우연히 만났어요. 저보다 몇 살 더 많은 분인데, 지금은 재취업해서 다시 일하고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건성으로 들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그 얘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저 선배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마음속에 불이 확 켜졌어요.

고용센터 한 번 가본 게 전환점이었어요

그 다음날 바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갔어요. 아무 준비 없이 그냥 갔어요. 긴장도 되고 창피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의외로 편안했어요. 친절한 상담사분이 나이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알려주셨어요. 이력서도 같이 봐주시고, 이전 직장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방향도 이야기해주시고요.

저는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이라는 걸 먼저 받았어요. 처음엔 뭐 이런 걸 하나 싶었는데, 제 경력과 성향을 분석해서 적성에 맞는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못하겠다는 생각부터 앞서게 되는데, 막상 이렇게 분석받아보니까 내가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꽤 있더라고요.

상담사 말로는, 50대 이후에는 기술보다 ‘성실함’, ‘경험’, ‘사람과의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대요.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나이 든 게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죠.

몇 가지 길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월급 높은 일부터 찾았어요. 그러다 보니 물류센터, 경비, 건설 현장 보조 같은 일들이 눈에 들어왔죠. 급여는 괜찮았지만,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또래 친구가 물류 일 하다가 허리 다쳐서 몇 달 고생했거든요.

반대로 주민센터 보조, 복지관 안내, 공공일자리 같은 건 급여는 적어도 일정이 정해져 있고 체력 부담도 적었어요. 그중에 ‘민원 도우미’라는 일이 눈에 들어왔어요. 하루 4시간 정도만 일하고, 주 3~4일 근무인데, 주민센터에서 서류 작성 도와드리고 안내해드리는 일이었죠.

두 가지를 놓고 정말 며칠을 고민했어요. 당장 돈이 급하면 물류가 맞는 건데, 지금 내 몸 상태, 앞으로 5년 10년 일할 걸 생각하면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싶었어요. 결국 ‘몸에 무리 없는 일’을 고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요.

민원 도우미로 다시 사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처음 출근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새 운동화에 셔츠 다려 입고, 출근길에 괜히 설레서 일찍 나갔죠. 주민센터 앞에 섰을 때는 떨렸어요. 몇십 년 일하다 퇴직한 후 첫 출근이었으니까요.

처음 일주일은 좀 힘들었어요. 용어도 생소하고, 주민들이 묻는 말에 대답을 못 하면 자존심도 상하고요.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옆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이 워낙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시기도 했고, 뭔가 매뉴얼처럼 정리가 잘 돼 있어서 헤매는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무엇보다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기분이 묘했어요. “어르신 덕분에 금방 해결됐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함이 컸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감각, 그게 살아 있더라고요. 내가 사회에 여전히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장점은 많았고, 단점도 없진 않았어요

가장 큰 장점은 ‘생활의 리듬’이 생겼다는 거였어요.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보내던 시절엔 낮밤도 뒤바뀌고, 피곤하지도 않은데 자꾸 누워 있었어요. 그런데 일 시작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달라졌어요. 일하고 오는 길엔 시장도 들르고, 점심은 밖에서 먹고, 하루가 부쩍 알차졌어요.

그리고 사회성이 다시 살아났어요. 다른 민원 도우미분들과도 정이 들고, 점심 때 나누는 소소한 대화도 큰 힘이 됐어요. 집에 가면 아내가 “오늘은 어땠어?” 물어보는 게 예전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고요.

반면 단점도 있었어요. 급여가 최저 수준이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은 여전했어요. 생활비 보탬은 되지만, 큰 수익은 아니었죠. 그리고 계약이 6개월 단위라 항상 ‘다음에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었어요. 정규직은 아니라서 보험 문제도 좀 신경 쓰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만족했어요. 경제적인 측면보단 심리적인 회복이 훨씬 컸거든요. 무기력하던 내가 다시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드는 것, 그게 가장 컸어요.

재취업 전과 후, 내 삶의 변화

항목 재취업 전 재취업 후
기상 시간 들쑥날쑥, 오후까지 자는 날도 있었음 매일 오전 7시 기상
하루 리듬 무기력, 집안일 외엔 할 일 없음 출근 준비, 퇴근 후 시장보기 등 루틴 있음
경제적 상황 퇴직금 일부 사용, 소비 줄임 소득은 적지만 생활비 일부 충당 가능
감정 상태 외로움, 소외감, 위축감 있음 보람, 활기, 자존감 회복
사회적 관계 단절됨, 통화 외엔 만나는 사람 없음 동료 생김, 이웃과 인사, 사회성 회복

나처럼 50대에 재취업 도전한 사람들, 어떤 일 했을까?

연령대 선택한 일자리 주 근무시간 월 평균 급여 (만원) 선택 이유
53세 공공시설 청소 보조 주 3일 약 80 체력 부담 적고 시간 자유로움
57세 주민센터 민원안내 주 4일 약 90 사람 상대하며 사회감각 유지 가능
60세 노인복지관 프로그램 보조 주 2일 약 60 활동량 적고 대화 중심 업무
55세 마트 진열 보조 주 5일 약 110 급여 우선, 신체활동 선호

지금 재취업을 망설이고 계시다면 꼭 드리고 싶은 말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아직 첫 발을 떼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고용센터에 한 번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은 중장년 대상 프로그램도 많고, 상담도 친절하게 해주니까요.

일은 어쩌면 핑계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사람이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다시 일해서 뭐하나’, ‘이 나이에 누가 써주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한 번 발을 들여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일을 한다는 건 돈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다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일이더라고요. 나이가 많아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라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역할이 있어요.

망설이고 있는 당신, 저도 그랬어요. 근데 한 걸음만 내디뎌 보세요. 분명히 변화가 찾아옵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를 주고 있어요. 당신이 다시 움직이기만 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