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내가 건넨 말 한마디
작년 가을이었어요.
노란 은행잎이 거리에 소복이 쌓이던 시기,
늘 그렇듯 블로그 글 하나 마감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아내가 조용히 물었어요.
“당신은 요즘 뭐 배우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순간, 가슴 한쪽이 찌르듯 아려왔어요.
그 말이 비난이 아님을 너무 잘 알았기에
더 깊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사실 그 무렵, 저 자신이 참 애매했어요.
돈이 많지도, 그렇다고 당장 생계가 위태로운 것도 아닌,
그저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계속됐어요.
블로그 수익은 하루하루 들쑥날쑥했고
자존감은 점점 낡은 방바닥처럼 꺼져가고 있었죠.
그러다 그날 밤, 습관처럼 핸드폰을 만지다가
‘중장년 재교육’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봤어요.
그건 아마… ‘나는 뭔가 더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무작정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솔직히 말하면요.
재교육이라는 단어가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어요.
‘공부’라는 말에 자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예전에 컴퓨터 자격증 하나 따겠다고 학원에 갔다가
20대 친구들 사이에서 머쓱하게 앉아 있다
딱 사흘 만에 그만둔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거든요.
그래서 조건부터 따져봤어요.
“내 나이에도 신청할 수 있나?”
“지원금은 얼마까지 나오는 거지?”
“혹시 중간에 포기하면 돈 물어내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이 머리를 휘감았지만
막상 과정 설명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부담이 덜했어요.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했고
거의 대부분이 국비 지원이라 비용 걱정도 줄어들었고요.
결국 신청 버튼을 누른 날,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어요.
그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뭔가에 도전한다는 감정이 낯설었기 때문이에요.
나보다 느린 사람도, 빠른 사람도 없었던 수업
제가 신청한 건 ‘디지털 콘텐츠 제작 과정’이었어요.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뭔가 연결도 될 것 같았고
영상이나 이미지 편집도 익히면 괜찮겠다 싶었죠.
첫 수업 날, 온라인 화면 속에는 다양한 얼굴들이 있었어요.
제 또래도 있었고, 훨씬 나이 든 분도 있었고
한두 분은 눈에 띄게 젊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누굴 평가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줌 화면 켜는 법도 몰라
수업 시작 10분 전부터 혼자 쩔쩔맸고
강사님이 ‘프리미어 프로’를 말했을 때는
그게 영화 제목인지 프로그램 이름인지도 몰랐어요.
영상 하나 만들자고 사진 붙이고,
자막 달고, 음악 넣고, 다시 저장하면서
몇 번이고 컴퓨터가 꺼졌어요.
그럴 때마다 아내가 옆에서 조용히 도와줬고
작은 방 한편에 앉은 제 모습이
그렇게 초라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던 날
진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수업 마지막 과제로 ‘나만의 콘텐츠 영상 만들기’를 했는데
저는 제가 늘 블로그에 쓰던
‘고령층 정부 지원제도 정리’ 주제를 선택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말하고,
편집하고, 자막까지 손수 달았죠.
딱 1분 20초짜리 영상이었지만
완성된 파일을 다시 재생해보는 순간
숨이 잠깐 멎는 기분이 들었어요.
“와… 이걸 내가 만들었네.”
강사님이 그 영상에 달아주신 댓글도 아직 기억나요.
“진짜 실용적인 콘텐츠네요.
이 연령대 분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예요.”
그 한 마디가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누가 내 노력을 봐준다는 게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이란 걸 그날 처음 알았어요.
블로그에 변화가 찾아오다
그 후로 제 블로그 운영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예전엔 텍스트만으로 정보를 정리했다면
지금은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 카드뉴스를 함께 올리고 있어요.
그랬더니 반응도 달라졌어요.
“이건 자식한테 설명해달라 하기 민망했는데 영상 보고 이해됐어요.”
“자막이 있어서 눈 나쁜 사람도 보기 편하네요.”
이런 댓글들을 보면
‘내가 배우길 정말 잘했구나’
속으로 중얼거리게 돼요.
예전엔 트렌드에 뒤처질까 두려웠지만
지금은 내가 배운 걸 활용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게
어떤 경쟁보다도 값진 일이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망설여요
공부를 했다고 해서
모든 게 갑자기 쉬워진 건 아니에요.
여전히 헷갈리는 프로그램도 있고
편집하다 보면 ‘아, 모르겠다’ 하고 노트북 덮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땐 거실 벽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슬쩍 봐요.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다.
그저 계속해보자.’
그 한 줄이 마음을 붙잡아줍니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고
도전이 멀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도전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
자꾸 ‘나는 못 해’라고 믿는 그 마음이
우리를 멈추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 오래 남은 한 문장
수업 중간에 강사님이 무심히 던진 말이 하나 있어요.
“공부는 실력이 아니라 방향이에요.”
그 문장을 들었을 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꺼지듯 조용해졌어요.
무엇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지금 내가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이 아직도 제 블로그 초안지 맨 위에 적혀 있어요.
글을 쓸 때마다,
누군가의 검색창을 떠돌다가
제 글을 발견한 한 사람에게
단 한 줄이라도 따뜻하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중장년 재교육,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구분 | 내용 |
---|---|
대상 | 만 40세 이상 중장년층 |
지원 형태 | 국비 전액지원 또는 자비 일부 부담 |
신청 방법 | HRD-Net, 각 지역 평생교육원 홈페이지 |
교육 분야 | 디지털 콘텐츠, 회계, 요양보호, 제2직업기술 등 |
진행 방식 | 온라인, 오프라인, 혼합형 |
자격 조건 | 고용보험 미가입자 우선, 직업훈련 의지 확인 필요 |
수료 혜택 | 자격증 취득, 취업연계, 창업상담 등 제공 |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시작이 되길 바라며
요즘도 저는 새로운 수업을 찾아보곤 해요.
AI 활용 교육도 궁금하고,
디지털 마케팅 과정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모든 걸 다 알 순 없어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조금씩 쌓아간다는 마음으로요.
혹시 당신도
‘내가 지금 뭘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딱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가장 빠른 출발점이에요.
나이든다고 해서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믿는 마음이에요.
내가 다시 해볼 수 있다고,
다시 배워도 괜찮다고.
오늘, 그 마음이
당신 안에서도 작게라도 살아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