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연령 기준 알고 다시 도전한 후기

나도 모르게 ‘노인 일자리’를 검색하게 된 날

정확히 그날이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흐릿하게 날씨가 맑았던 건 떠오릅니다.
블로그 수익이 꾸준하긴 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어요.
수익은 줄고, 몸은 예전보다 무겁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혹시, 나도 노인 일자리에 해당되는 나이가 됐을까?”

아내는 웃으면서 “당신 아직 팔팔해요. 무슨 노인이에요~”라고 했지만, 저는 진지했습니다.
그냥 용돈벌이라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혼자 블로그에 매달리다 보니 점점 외로움도 커지고, 글 소재도 떨어지고…
뭔가 자극이 필요했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그날 저녁, 조용히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노인 일자리’라는 키워드를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별 생각 없이 눌렀는데… 보이는 문구가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공익형 일자리 신청 가능 연령: 만 65세 이상.”

어…?
난 이제 61살인데… 안 되는 거야?

주민센터 앞에서의 민망한 첫 시도

정보는 부족했고, 헷갈리는 용어도 많았어요.
‘공익형’, ‘시장형’, ‘사회서비스형’… 처음 보는 단어들 투성이.
그래서 다음 날, 동네 주민센터에 직접 찾아갔어요.
“실제로 가서 물어보면 더 정확하겠지” 싶은 마음이었죠.

접수처에 앉아 있는 젊은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저… 노인 일자리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나이를 묻더군요.
“예순하납니다.”
그 순간, 그 직원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한 마디 했어요.
“아, 공익형은 아직 안 되세요… 만 65세부터거든요.”

뒤에 줄 서 있던 어르신들 몇 분이 저를 힐끔 보더군요.
괜히 들이댄 기분…
어찌나 창피하던지, 귀가 붉어졌던 걸 지금도 기억해요.
“아… 예, 알겠습니다…” 하며 서둘러 나왔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혼잣말이 나왔어요.
“아직 노인은 아니란 얘긴가… 그럼 다행인 건가?”

시작은 삐걱였지만, 궁금함은 멈추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은 괜히 민망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괜한 짓 했나… 그냥 블로그나 할 걸.’
근데 또, 마음 한편에 계속 남더라고요.
정말 만 65세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건지, 시장형이라는 건 뭔지…
이대로 포기하는 건 찝찝했어요.

그래서 조용히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행정안전부, 복지로, 노인인력개발원…
사이트를 몇 시간씩 들여다보다가 하나하나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어요.

공익형은 확실히 만 65세부터고요.
시장형이나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60세부터 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거죠.
단, 지역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고 모집 직종도 다르다 보니, 직접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걸 왜 뉴스나 포털에서는 한 줄로 정리해서 말해버리는지…
60세 넘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딱 좋아요.

진짜 전환점은 ‘마을복지사’ 한 분의 전화

포기할까 말까 하던 찰나, 동네 복지관에서 일하시는 분이 전단지를 돌리러 오셨어요.
‘시니어 대상 무료 상담’이라고 적혀 있었고, 순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전화를 걸었고, 간단한 정보 상담을 받았죠.

“만 65세가 기준인 건 맞는데요, 선생님 나이시면 가능한 프로그램도 있어요.”
오… 이건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시장형 일자리 중엔 지역 내 유통센터에서 간단한 분류 작업을 하는 일이나, 동네에서 반찬을 포장해서 배달하는 일도 있고요.
심지어 시니어 카페에서 보조 역할을 맡는 자리도 있다더군요.

정말 몰랐던 세계였습니다.
제가 딱 원하던 일들이었고, 체력적으로도 무리 없는 수준이었어요.
상담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다음 주부터 인터뷰를 보게 됐어요.

첫 출근 날, 어쩐지 설레는 마음

처음 맡은 일은 지역복지센터에서 반찬을 포장하는 일이었어요.
주 3회, 하루 3시간.
몸에 무리도 없고, 시간도 적당해서 블로그 일과 병행하기 좋았습니다.

출근 첫날,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계시던 한 분이 묻더군요.
“몇 살이에요?”
“예, 이제 예순하나 됐습니다.”
“아이고, 아기네~”
그 말에 빵 터졌습니다.
저도 어르신 소리 들을 나이인데, 여기선 막내였던 거죠.

처음엔 좀 쭈뼛거리기도 했지만, 2주쯤 지나니 다들 제 이름도 외워주시고, 농담도 던지고…
서로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는 그 따뜻함이 참 좋았어요.

노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다

예전에는 ‘노인’이라는 단어가 왠지 부정적으로만 들렸어요.
뭔가 쓸모가 다한 느낌?
근데 요즘은 좀 다르게 느껴져요.
‘노인’은 끝이 아니라 ‘다시 한번 삶을 다듬어가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예순을 넘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많고,
조금만 용기 내서 부딪히면 기회는 있습니다.
다만, 그 첫발을 내딛는 게 어렵죠.
처음 주민센터에서 당황했던 것처럼요.

근데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음은 훨씬 쉬워져요.
정보가 정리되기 시작하고, 기준이 보이고, 무엇보다 ‘어디까지 내가 가능한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나는, 일하면서 더 젊어지는 중

지금도 저는 여전히 그 일자리를 이어가고 있고, 한편으론 블로그 주제도 살짝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제 생각만 풀어냈다면, 지금은 ‘중년 이후 삶을 어떻게 꾸려갈까’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요.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분들도 생겼고, 댓글로 “나도 해볼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도 늘어났어요.

그럴 때마다 전 이렇게 답해요.
“당신 나이에서도 가능한 게 분명히 있어요. 일단 찾아보시고, 꼭 전화라도 한번 해보세요. 직접 움직이면 바뀝니다.”

내가 직접 겪으면서 알게 된 노인 일자리 유형별 차이

일자리 유형 신청 가능 나이 일하는 시간대 주요 내용 실제 느낌
공익형 일자리 만 65세 이상 주 2~3회, 3시간 내외 지역 환경 정비, 보육 도우미, 행정 보조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느낌. 규칙적이라 좋았음
시장형 일자리 만 60세 이상 가능 (지역 따라 다름) 사업장 운영 시간대 시니어 카페, 반찬 포장, 택배 분류 등 사람도 많고 활기참. 일이 단순해도 뿌듯함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만 65세 이상 주 5일도 가능 노인 돌봄, 장애인 지원 등 체력 부담 있음. 사명감이 필요한 분야
취업알선형 만 60세 이상 개인에 따라 다름 민간 일자리 매칭, 경비, 주차 안내 등 일자리 매칭이 빠르지만 경쟁이 있음

끝으로 남는 한마디

가끔 그날 주민센터에서 당황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빨개진 얼굴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제 모습이요.
그땐 참 부끄럽고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제가 고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말은 꼭 남기고 싶습니다.
“노인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내가 아직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건 분명히 ‘가능한 나이’입니다.